스무 살, 어린 나이였지만 사랑했고 하룻밤을 같이 했지만 오해로 헤어졌다.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가진 것도 모른 채……. 아이를 유산하고도 알려줄 수 없는 채로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아팠지만, 어떻게든 참고 열심히 살았다. 그렇게 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11년 후, 작은 모임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서로에게 끌려서 다시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다행이야. 네가 진짜 날 잊은 건 아닌가 하고 걱정했는데.”
“11년 내내 난 너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할 수 없었어.”
결국 이어질 운명이었다. 매 순간, 모든 사랑이 나였다는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11년 만에 다시 만난 그 놈. 때려 죽여도 시원찮을 놈.
#그놈에게 또 설렌다. 미친 건가?
#결국 다시 잤다. 너무 좋았다. 미친...
#용서할 수 없잖아. 그렇게 버리고 도망간 놈을.
#복수라도 해야 하잖아? 같이 자고 나서 버려?
#알고 보니 사정이 있었다? 그럼 이제 어쩌지?
#여전히 사랑하고 같이 자고 싶은데...
#이번에도 그 놈과 사랑에 빠진 거지?
#모든 사랑이 너였다는 놈...말도 잘해.
#결국, 항복해야 하는 거겠지?
[미리보기]
“잠, 잠깐만……. 읍!”
그는 자신의 집이 작고 초라해 보일까 봐 걱정스러워 현관 도어락을 열기가 살짝 두려웠다. 그러나 그런 그의 사정을 모르는 다인은 복도를 달려오는 내내 기다렸던 탓에 더는 단 1초도 기다릴 생각이 없다는 듯 바로 달려들어 그의 입술을 덥석 물었다. 그가 잡은 도어락을 잡아당기고 집 안으로 밀어 넣은 것도 그가 아니라 그녀였다. 지난번에도 자신이 얼마나 적극적인 사람인지 보여준 그녀였지만 이번은 더했다.
현관문에 그를 밀어붙이고 입술을 가르며 부드러운 혀가 바로 밀고 들어와서 그는 숨도 쉬지 못한 채 그녀에게 사로잡혀 파닥거리고 있었다. 어찌나 강하게 밀어붙이던지 여름날 잠자리를 잡아 채집한다고 핀으로 박은 순간처럼 그의 팔다리는 갈 곳을 모른 채 파닥거려야 했다.
그렇지만 잠시 후, 그는 파닥거리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사지가 핀에 박힌 것 같았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녀의 입술이 입술을 떠나 목덜미로 내려가더니 마치 낙인이라도 찍어대는 듯 무차별적으로 날아들었고 이내 그는 그녀의 입술에 완벽하게 지배당하기 시작했다.
“으음…… 그거 알아? 너한테서 냄새나.”
“냄, 냄새? 술 때문에……. 씻을까?”
“응? 아, 아니. 안 돼. 지금이 딱 좋아. 내가 좋아하는, 그리워하던 냄새라고. 아기한테서 나는 냄새 같은……. 뭐지? 우리가 처음 함께했던 그날도 이 냄새가 났었는데.”
“섬유 유연제 때문이겠지. 그때부터 계속 같은 유연제를 쓰니까. 엄마가 이 향기를 좋아하셨거든.”
“그런가? 아냐. 유연제만은. 이건 네 향이야. 아이 같은데 또 은근히 섹시하고……. 아무튼 그냥 좋아. 코를 박고 살고 싶을 정도로. 위험할 것 같아. 앞으로. 사람들 앞에서도 자꾸만 네게 코를 박을 것 같아서.”
“…….”
그는 그녀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중얼거리며 옷깃을 벌리고 입술을 자꾸만 내리기 시작해서 온몸이 긴장으로 파르르 떨어댔다. 더구나 그녀는 이런 유의 경험이 많은 것처럼 능수능란하기까지 했다. 그가 얼어붙은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이 그녀는 그의 재킷을 벗겨 버렸고 자신의 재킷도 벗어 던져 버렸다. 뿐만 아니라 그의 셔츠 안으로 손을 밀어 넣은 것까지 기억하는 그를 당혹스럽게 만들 정도로 가슴으로 입술을 내리며 셔츠 단추까지 열어젖혔다.
“도대체 넌 누구와 이런……. 하, 하지 마.”
그의 가슴의 검고 작은 씨앗을 단단히 깨물어 버린 그녀 때문에 몸을 파르르 떨며 그가 소리 질렀다.
“너랑 매일 밤 꿈속에서 수백 번, 수천 번 사랑을 나눴어. 이까짓 쯤이야…….”
[목차]
#. 프롤로그
#1. 모처럼의 귀향
#2. 이른 재회
#3. 무례한 방문
#4. 일상으로
#5. 11년 전 그날
#6. 두 남자
#7. 쇼윈도 연애
#8. 어둠 속 키스
#9. 숨겨진 마음
#10. 우연이라고?
#11. 그 녀석과 잤다.
#12. 진실과 마주하기
#13. 아픈 두 사람
#14. 가면
#15. 가면을 벗고
#16. 여전히 좋다.
#17. 행복해도 될까?
#18. 드러난 과거
#19. 낯선 동거
#20. 다시 또 사랑
#. 에필로그
작가소개
세헤라
뜨겁고 은밀한, 그래서 기다려지는 천개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드디어 천개의 이야기가 끝났을 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