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에피루스 베스트로맨스! 휴일이 지나 월요일 아침이 밝았지만 아미는 면접 본 회사에서 한 통의 전화도 받지 못했다. 그 회사는 오전 12시까지 문자와 전화로 합격을 통보해 주기로 했는데 오후 2시가 넘고 있었지만 아미는 받지 못했다. 뒤집힌 니은 자 형식의 한옥집 앞마당에서 빗질에 힘을 가하며 청소하던 숙자가 빗자루를 냅다 집어던졌다. 숙자의 표정은 붉으락푸르락 성이 잔득 난 표정이어서 누군가가 말만 붙여도 트집을 잡을 기세였다. 숙자는 딸년이 오전 내내 오매불망 전화통 앞에 붙어 있어 더는 그 꼴이 보기 싫었다. 성난 표정으로 아미를 쏘아보며 딸을 향해 소리쳤다. 이년아. 마냥 기다린다고 떨어진 회사에서 전화 오냐. 이젠 취직이고 나발이고 그만 때려 치워. 너 방 빼! 지금 당장 안방으로 짐 옮겨. 알았어! ……. 아미는 나 죽었소 자세로 고개를 바닥에 붙일 정도로 숙였다. 그녀는 손톱을 잘근잘근 씹다가 엄마의 불호령에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아미는 숙자를 잘 안다. 이때쯤이면 혈압이 최고조로 올라있기에 슬쩍 자리를 피해야 산다. 아미는 숙자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의 방으로 기어들어갔다. 문을 꼭 닫고 행여나 숙자가 별안간 열어젖힐지도 몰라 콩알만 해진 간을 누르고 침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러다 방문 밖에서 들여오는 숙자의 고함을 들었다. 뭐해! 짐 빼지 않고. 저년이 방문은 왜 잠그고 기어들어가. 어서 안 해! 헛! 그녀는 엄마의 호통에 심장이 벌렁대었다. 숙자의 성질을 아니 다음에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너무도 잘 안다. 그럼에도 아미는 서러웠다. 자신이 떨어지고 싶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다고 무던히 노력했다. 다른 애들은 학원갈 때 집에서 혼자 공부했다. 그것의 잘하고 못하고는 하늘에 달렸다고 믿는다. 그녀는 엄마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자신은 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어쩌면 엄마보다 자신이 더욱 힘들다. 그런 딸을 위로해주거나 용기를 북돋아주기는커녕 방을 빼란다. 새파란 아이를 하숙치는 아줌마로 만들겠단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자신도 성질이 있고 사람이란 것을 보이고 싶었다. 아미는 미닫이 방문이 부서져라 젖혔다. 우당탕! 그녀가 우악스럽게 문을 여는 소리에 놀란 숙자가 그녀를 보았다. 그러자 아미는 잘끈 깨문 입술로 볼멘소리를 내었다. 한 번만 더 원서 넣고 얘기해. 아직 내 나이 24살이야. 하숙하면서 아줌마처럼 살고 싶지 않아. 뭐라고. 저년이 그래도. 아미로 인해 숙자의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딸이 고집을 부리자 숙자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손을 하늘로 치켰다. 그러나 아미는 끔쩍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지금 취직이 급해? 딸이 그 문제로 얼마나 힘든지, 상처를 받는지 알기나 해. 취직해서 돈이나 벌어오면 장땡이야? 저년이 입은 살아가지고. 다 필요 없다. 네 입으로 약속했으니 지켜. 내가 약속을 번복한 것은 미안해. 하지만 이젠 내가 알아서 해. 엄마는 더 이상 간섭 마. 뭐? 나도 노는 건 아니야. 내 용돈은 내가 벌어. 아냐? 그래도 이년이. 숙자의 손이 다시 한 번 하늘을 향해 치솟았지만 아미를 향해 내리치지는 못했다. 그러자 눈 깜짝도 안하고 대들던 아미의 볼멘소리가 계속되었다. 누군 이러고 살고 싶은 줄 알아. 어제 목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목장에 마주들이 왔었어. 그 애들은 외제차에 명품을 걸쳤어. 나보다 어린애들이었어. 누군 말똥 치우고 있는데. 얼마나 비참한지 엄마가 알아? 난 이렇게 살고 싶은 줄 알아? 나도 부모 잘 만났으면 그러고 살아. 취직할 필요도 없고, 부모 돈 써가며 명품치장해도 누가 뭐라는 사람 없고. 하 참. 숙자가 기막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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